오늘 아침 기온은 어제 아침보다 15도 이상 떨어진 영하 12도라는 기상 캐스터의 멘트처럼 요즘 들어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날이 추우면 추울수록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고 집 안에서만 머물려고 한다. 또한 추운 날씨 탓에 몸이 움츠러들고 행동반경이 좁아진다.
이러한 현상 외에도 우리 인간에게는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즉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 같은 특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에서도 주가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이를 알기 위해 먼저 날씨와 심리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한다.
날씨와 심리의 관계
비 오는 날엔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진다. 반대로 화창한 날에는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신이 난다. 도대체 날씨와 심리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기상 변화가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몇 가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우선 햇빛이 부족하면 뇌 기능이 저하되고 의욕이 떨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흐린 날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또 일조량이 줄어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에 따라 생체 리듬이 깨져 우울해지기 쉽다고 한다.
다음으로 기압 차이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고기압 상태에서는 대기압이 낮아져 신체 내부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때 불쾌지수가 상승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습도가 높으면 체내 수분 증발이 억제되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겨울만 되면 주가는 하락할까?
주식투자 경험이 있다면 아마 공감할 것이다. 유독 겨울만 되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계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하는 이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적어도 나에게는 분명 영향을 끼쳤다. 돌이켜보면 매년 11월쯤엔 어김없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면 거짓말처럼 반등세로 돌아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혹시 날씨 변화에 따른 인간의 심리변화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우선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 신체 활동량이 줄어든다. 자연히 운동량이 감소하면 체력 저하 및 면역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때 감기 바이러스라도 침투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반대로 따뜻한 봄이 오면 야외활동이 활발해지고 운동 욕구가 샘솟는다. 더불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기분 전환 겸 쇼핑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빈도가 높아진다.
당연히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 의사결정 규칙
왜 유독 겨울만 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미국 시카고대 교수였던 로버트 머튼이 주장한 4가지 금융 의사결정 규칙 (4 Rules of Finance)을 알아야 한다.
첫 번째 법칙은 손실 회피 심리(Loss Aversion) 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령 1만원을 얻는 것보다 1만원을 잃는 것에 더 큰 상실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매도 버튼을 누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서둘러 차익 실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감정이 충돌하면 당연히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자칫 원치 않는 장기투자자가 되기에 십상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절매 원칙을 지키지 못해 손해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냉정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 없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법칙은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다.
쉽게 말해 본전 생각나서 계속 붙들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손실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일 역시 드물다. 설령 잘못된 결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매몰 비용 오류다.
이때 필요한 자세가 바로 객관적인 시각이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고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세 번째 법칙은 자기 과신 오류(Overconfidence Bias)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자만심인데 이게 지나치면 독이 된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무모한 배팅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있다.
근거 없는 희망 회로를 돌리며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소위 자칭 타칭 전문가랍시고 방송 출연하여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경계해야 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네 번째 법칙은 군중심리(Herding Effect)다.
군중 심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덩달아 움직이는 성향을 말한다.
주로 사회적 이슈나 사건, 사고 발생 시 두드러지는데 때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날씨 변화와 주가 경제
우리나라 속담 중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겪은 후 더 단단해진다는 뜻인데 비단 인간관계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학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날씨 변화나 계절 변동 역시 일종의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 발생하는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 현상은 일시적인 악재임에 틀림없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호재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리다. 쉽게 말해 소나기가 지나가면 해가 뜨듯이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회복된다는 논리다.
그럼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1980년대 후반 일본 증시 폭락 사태를 들 수 있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자 수출 중심 국가인 일본 입장에서는 치명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여파로 닛케이 지수가 하루 만에 22% 이상 급락하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다행히 이듬해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고 1990년대 중반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음으로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닷컴 버블로 인해 나스닥 종합지수가 3개월 만에 50% 가까이 폭락했는데 이로 인해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다.
다만 2001년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이며 2002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올랐다. 마지막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코스피 지수가 1,000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곧이어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기후변화보다는 국내외 정치 경제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대개 장마철 전후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장마가 끝나면 다시 오르는 패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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